꽃잎
- 이기성
그는 공기를 마신다. 그는 자꾸 자란다. 벽지 위의 얼룩처럼 커진다.
그의 검은 입술이 부풀어 오른다. 커다란 맨발이 더 커진다. 두 개의
뾰족한 귀가 둥글어지고 넓적해지고 홀쭉한 기분도 마구 자란다. 천
정처럼 검고 무성한 기분들이 빽빽하게 그를 둘러싼다. 그는 쾌활하
지 않다, 참을성이 없다, 반성을 모르고, 떨어진 빗방울처럼 부주의하다.
그는 잔뜩 성을 내며 두 손으로 어제의 기분을 마구 휘젓는다. 희고 뚱
뚱한 손가락이 닿은 곳에서 지평선이 허물어진다. 그는 광활한 공기처
럼 자란다. 눈과 귀와 다정한 코가 점점 희박해진다. 차가운 공기의 뺨
에 마지막 입을 맞추면서 그는 문득, 공기의 기분이 궁금해진다.
『신생』2011년 여름호
- 1998년<문학과사회>로 등단.
시집<불쑥 내민 손><타일의 모든 것>