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쎄, 자리를 바꿀까요?
- 천수호
승용차 밖의 남녀가 우리를 쳐다본다
뭐라고 수군거린다
승용차에 나란히 앉은
女와 男인 우리에게
젖은 크리넥스 티슈 같은 눈길이 덮친다
그들의 입 모양으로 우리의 관계가 재구성된다
우릴 뭐라고 할 것 같아요
그가 묻는다
글쎄, 자리를 바꿀까요
차창 밖의 두 얼굴을
잘못 작동된 윈도 부러시가 닦고 지나간다
우리는 그들의 눈짓으로
각자의 위치를 재편성한다
그가 운전석으로 자리를 바꿀 동안
내가 뒷좌석으로 옮겨 간다
우리도 그 남녀의 행동을 지켜본다
그들의 행동이 수상해진다
눈으로 서로 간섭하는
승용차의 안과 밖
차안과 피안의 체위, 체위를 바꾸는
두 세계가 유리창에 집약된다
시집『아주 붉은 현기증』민음사 2009
- 1964년 경북 경산 출생. 계명대 문창과, 명지대 박사과정 수료.
2003년 조선일보 신춘문예 등단.
2007년 문예 창작기금 및 신진예술가 지원금 수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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