詩心의 향기/시詩(필사)

글쎄, 자리를 바꿀까요? / 천수호

폴래폴래 2011. 1. 11. 13:17

 

 

 

 

 

 글쎄, 자리를 바꿀까요?

 

                                      - 천수호

 

 

 

 승용차 밖의 남녀가 우리를 쳐다본다

 뭐라고 수군거린다

 승용차에 나란히 앉은

 女와 男인 우리에게

 젖은 크리넥스 티슈 같은 눈길이 덮친다

 

 그들의 입 모양으로 우리의 관계가 재구성된다

 우릴 뭐라고 할 것 같아요

 그가 묻는다

 글쎄, 자리를 바꿀까요

 

 차창 밖의 두 얼굴을

 잘못 작동된 윈도 부러시가 닦고 지나간다

 우리는 그들의 눈짓으로

 각자의 위치를 재편성한다

 

 그가 운전석으로 자리를 바꿀 동안

 내가 뒷좌석으로 옮겨 간다

 우리도 그 남녀의 행동을 지켜본다

 그들의 행동이 수상해진다

 

 눈으로 서로 간섭하는

 승용차의 안과 밖

 차안과 피안의 체위, 체위를 바꾸는

 두 세계가 유리창에 집약된다

 

 

 

 시집『아주 붉은 현기증』민음사 2009

 

 

 

 

 

  - 1964년 경북 경산 출생. 계명대 문창과, 명지대 박사과정 수료.

     2003년 조선일보 신춘문예 등단.

     2007년 문예 창작기금 및 신진예술가 지원금 수혜.

 

 

 

 

 

 

 

'詩心의 향기 > 시詩(필사)' 카테고리의 다른 글

연(鳶) / 신미나  (0) 2011.01.12
뜨거운 추상 / 한세정  (0) 2011.01.12
피리 / 유미애  (0) 2011.01.10
느와르 / 이현승  (0) 2011.01.09
무릎을 안고 부르는 노래 / 성은주  (0) 2011.01.0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