詩心의 향기/시詩(필사)

느와르 / 이현승

폴래폴래 2011. 1. 9. 15:41

 

 

사진:네이버포토

 

 

 

 느와르

 

                      - 이현승

 

 

 

 끈끈함이란 파리들의 우정이네

 같이 밑바닥을 기어본 자들의 것이지

 날개가 피부든 손톱이든 간에

 그 날갯짓이 경박하든 말든

 그것은 떠오르는데 도움이 되네

 

 밑바닥 생활을 벗어나면 곧장 천상인 듯

 날갯소리 힘차지만

 한낱 파리 날개일지라도

 누가 먼저 비상할 때 위험해지는 것이 바닥의 생리라네

 

 바닥을 벗어나면 다른 바닥이 기다릴 뿐

 껌딱지처럼 질기게 들러붙은 것이 밑바닥이지

 호구에는 천상 고단함이 따르고

 피곤은 업종을 가리지 않네

 

 떼인 돈을 받으러 다니거나

 밤길 조심해라 딸 예쁘더라

 언뜻 들으면 어머니 말씀 같지만

 한 번 들으면 문신처럼 새겨지는 말들도 곧잘 한다네

 

 상스러움과 불량기가 필수인 이 장르에서

 중요한 것은 리듬인데 어딘지 뽕짝스러운 리듬은

 건달들의 걸음걸이에 녹아 있고

 흉터투성이의 순정 위에 녹아 있네

 

 

 

 

  <현대문학> 2010년 1월호

 

 

 

 

  - 1973년 전남 광양 출생. 고대 대학원 국문과 박사과정 수료.

     1996년 전남일보 신춘문예

     2002년 문예중앙 신인문학상 등단.