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네이버포토
느와르
- 이현승
끈끈함이란 파리들의 우정이네
같이 밑바닥을 기어본 자들의 것이지
날개가 피부든 손톱이든 간에
그 날갯짓이 경박하든 말든
그것은 떠오르는데 도움이 되네
밑바닥 생활을 벗어나면 곧장 천상인 듯
날갯소리 힘차지만
한낱 파리 날개일지라도
누가 먼저 비상할 때 위험해지는 것이 바닥의 생리라네
바닥을 벗어나면 다른 바닥이 기다릴 뿐
껌딱지처럼 질기게 들러붙은 것이 밑바닥이지
호구에는 천상 고단함이 따르고
피곤은 업종을 가리지 않네
떼인 돈을 받으러 다니거나
밤길 조심해라 딸 예쁘더라
언뜻 들으면 어머니 말씀 같지만
한 번 들으면 문신처럼 새겨지는 말들도 곧잘 한다네
상스러움과 불량기가 필수인 이 장르에서
중요한 것은 리듬인데 어딘지 뽕짝스러운 리듬은
건달들의 걸음걸이에 녹아 있고
흉터투성이의 순정 위에 녹아 있네
<현대문학> 2010년 1월호
- 1973년 전남 광양 출생. 고대 대학원 국문과 박사과정 수료.
1996년 전남일보 신춘문예
2002년 문예중앙 신인문학상 등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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