詩心의 향기/시詩(필사)

무릎을 안고 부르는 노래 / 성은주

폴래폴래 2011. 1. 8. 14:56

 

 

 사진:네이버포토갤러리

 

 

 

 

 무릎을 안고 부르는 노래

 

                                        - 성은주

 

 

 

 

  목구멍을 타고 절박하게 속삭이며 당신만 모르는 바람이 붑니다

  짙은 입김으로 휘어진 숨이 다가섰다, 물러섰다, 미약하게 저항합니다

 

  앞머리를 반듯하게 자르고

  뭘 증명해야 할지 모르겠다는 증명사진을 찍고

  물 주지 않아도 빨리 자라 일찍 죽을지 모를 화분을 샀습니다

 

  이마에 녹아내리는 당신을 핥으면 네 어깨를 탁탁 두드려주는

  당신이 먼 길 가던 날 벗어 놓았던 구두

  언제든 구두 보며 생각하고 싶어서, 구두 신고 당신에게 가고 싶어서,

내게 올까 싶어서, 긴 목으로 벡사시옹(Vexations)을 연주합니다

 

  우리의 간격이 좁고 미묘하므로 당신의 배꼽에서 출발해

  쉼 없이 흘러, 흘러 한 귀퉁이에 이르는 강물처럼

  더 쓸쓸한 각도에서 모르는 사막에 서 있을 뿐

  아프게 부르면 가끔 신기루처럼 당신이 다녀갑니다

 

  왼쪽 귀에서 오른쪽 귀로 당신이 걸어오는 소리가 들려 밖을 내다보

다가, 계단에서 한참을 울다가, 붉어지다가, 어머니, 어머니가,

 

  돌림노래를 시작한 내 몸속엔 당신을 닮은 뼈들이 웅크리고 있습니다

 

 

 

 

 

 『유심』2010년 11월~12월호

 

 

 

 

 

  - 1979년 충남 공주 출생. 한남대 문창과 동 대학원 박사과정 中.

     2010년 조선일보 신춘문예 등단.