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네이버포토갤러리
무릎을 안고 부르는 노래
- 성은주
목구멍을 타고 절박하게 속삭이며 당신만 모르는 바람이 붑니다
짙은 입김으로 휘어진 숨이 다가섰다, 물러섰다, 미약하게 저항합니다
앞머리를 반듯하게 자르고
뭘 증명해야 할지 모르겠다는 증명사진을 찍고
물 주지 않아도 빨리 자라 일찍 죽을지 모를 화분을 샀습니다
이마에 녹아내리는 당신을 핥으면 네 어깨를 탁탁 두드려주는
당신이 먼 길 가던 날 벗어 놓았던 구두
언제든 구두 보며 생각하고 싶어서, 구두 신고 당신에게 가고 싶어서,
내게 올까 싶어서, 긴 목으로 벡사시옹(Vexations)을 연주합니다
우리의 간격이 좁고 미묘하므로 당신의 배꼽에서 출발해
쉼 없이 흘러, 흘러 한 귀퉁이에 이르는 강물처럼
더 쓸쓸한 각도에서 모르는 사막에 서 있을 뿐
아프게 부르면 가끔 신기루처럼 당신이 다녀갑니다
왼쪽 귀에서 오른쪽 귀로 당신이 걸어오는 소리가 들려 밖을 내다보
다가, 계단에서 한참을 울다가, 붉어지다가, 어머니, 어머니가,
돌림노래를 시작한 내 몸속엔 당신을 닮은 뼈들이 웅크리고 있습니다
『유심』2010년 11월~12월호
- 1979년 충남 공주 출생. 한남대 문창과 동 대학원 박사과정 中.
2010년 조선일보 신춘문예 등단.
'詩心의 향기 > 시詩(필사)' 카테고리의 다른 글
피리 / 유미애 (0) | 2011.01.10 |
---|---|
느와르 / 이현승 (0) | 2011.01.09 |
설리(雪里)의 새벽 / 최형심 (1) | 2011.01.07 |
바람의 겹에 본적을 둔다 / 김지혜 (0) | 2011.01.05 |
관음이라 불리는 향일암 동백에 대한 회상 / 송찬호 (0) | 2011.01.04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