文學의 오솔길/ 변두리 시

산오이풀

폴래폴래 2010. 9. 22. 23:06

 

 

산오이풀     네이버포토갤러리

 

 

   산오이풀

 

 

 

 들어서니 풋풋한 향이 가득하다

 거실에 누운 오이덮은 얼굴에게

 나 왔다는 신호로 발을 툭 건드리니 손사래만 친다

 다시 나가라는 뜻인지 돌아서다

 그 시절의 냄새 따라 생각도 따른다

 살짝 젖가슴을 감싸면

 좋은 듯 부끄러운 듯 미소를 띠고

 오이채 썰다 돌아보는 여자는 어디로 갔나

 

 그 날 밤 자다 깜짝이야

 옷걸이의 양복이 타고 있다

 불똥이 뚝뚝 떨어지며 활활 타고 있는

 해몽 못할 어떤 징조일까

 타는 목이 두리번거린다

 시원한 오이냉국, 어디에 두었을까

 

 비 그친 신새벽 걸어갈 때

 바람에 쫓겨 투신하는 물방울의

 감촉에 나는 상큼해진다

 햇빛 쏟아지는 공간으로 엷은 안개가

 조금은 적막하게 가로막는 숲길을 걷는

 그것만으로 생각나는 세석평원으로 가야겠다

 가거든 사치스럽게 핀 산오이풀 씹으며

 의아한 얼굴의 오이 향으로 남겠다

 

 

 

 

 

 『시애』2010년 제 4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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