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오이풀 네이버포토갤러리
산오이풀
들어서니 풋풋한 향이 가득하다
거실에 누운 오이덮은 얼굴에게
나 왔다는 신호로 발을 툭 건드리니 손사래만 친다
다시 나가라는 뜻인지 돌아서다
그 시절의 냄새 따라 생각도 따른다
살짝 젖가슴을 감싸면
좋은 듯 부끄러운 듯 미소를 띠고
오이채 썰다 돌아보는 여자는 어디로 갔나
그 날 밤 자다 깜짝이야
옷걸이의 양복이 타고 있다
불똥이 뚝뚝 떨어지며 활활 타고 있는
해몽 못할 어떤 징조일까
타는 목이 두리번거린다
시원한 오이냉국, 어디에 두었을까
비 그친 신새벽 걸어갈 때
바람에 쫓겨 투신하는 물방울의
감촉에 나는 상큼해진다
햇빛 쏟아지는 공간으로 엷은 안개가
조금은 적막하게 가로막는 숲길을 걷는
그것만으로 생각나는 세석평원으로 가야겠다
가거든 사치스럽게 핀 산오이풀 씹으며
의아한 얼굴의 오이 향으로 남겠다
『시애』2010년 제 4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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