文學의 오솔길/ 변두리 시

까마중

폴래폴래 2010. 12. 17. 01:00

 

 

 

 

 

 

  까마중

 

 

 

  까맣게 얼굴 태운 염소떼가 나왔다. 이글이글 타는 철길가 풀처럼 한낮

소낙비가 그리운 까마중

 

  윗도리 걸치지 못한 어깨에서 물집이 터진다. 나른한 태양에 번질거리는

너의 손끝에서 톡톡 터진 자리마다 허물이 일어난다.

 

  부엌 연기 자욱하게 떠나면 눅눅한 바람을 싣고 철커덕철커덕 화물칸이

지나가고 그제서야 기적이 울렸다. 처량하리만큼 흰 꽃 밤에 피고

 

  치아만 하얀 알몸의 인부들 하역이 끝났다. 석탄가루가 땀에 녹을 때마다

영글은 푸른 개땡깔

 

  몽당발 염소떼가 기어오른다. 닿지 않는 다리를 치켜들며 그냥 울음이 터

진다. 비린 풋콩 같은

 

  가뭄 타는 침목을 베고 휘어진 레일보다 뜨거워진 가랑이 사이로 까맣게

익는 염소똥이 조롱조롱, 내 입속에는 너의 달근함이 여전히 남아

 

 

 

 

 『시와문화』2010년 겨울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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