文學의 오솔길/ 변두리 시

흩어지는 꽃잎 / 배종환

폴래폴래 2010. 7. 6. 13:47

 

 

     사진:네이버포토갤러리

 

 

 

 

  흩어지는 꽃잎

 

                                  - 배종환  

 

 

 

 

 늘어진 고무줄을 다시 쪼이고

 바지춤을 추썩거린 뒤

 나는 전생이 돼지였을까

 항상 배가 고프다

 

 형제의 중간은

 귀염 하나없는 잉여인간이다

 그러니까 불행히 누룽지를 좋아하게 되었다

 

 살얼음낀 우리를 벗어나

 닭살처럼 솟은 소름을 안고 학교간다

 부러웠다, 가방끼고 나란히 걷는

 비리붙은 돼지들의 입김이 하얗다

 소름이 햇빛 따라가면

 햇빛은 힘있는 돼지 몫이다

 

 절구통에 맞아 죽은

 생선대가리며 뜨물을 허겁지겁 먹고

 종소리에 맞쳐 문을 연다

 웅성거리는 돼지들이 가득하다

 

 어디서 무엇이 되어 만날까

 

 불판 위로

 국밥 집으로

 족발 집으로

 뿔뿔이 흩어지는 빛나는 졸업가

 그 노래가 어제일 같다

 

 

 

 

  격월간『서정문학』7~8월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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