詩心의 향기/시詩(필사)

우는 아이 / 이현승

폴래폴래 2010. 6. 24. 11:22

 

 

    사진:네이버포토갤러리

 

 

 

 

  우는 아이

 

                       - 이현승  

 

 

 

 소년의 손에는 아이스크림이 들려 있고

 아이스크림은 녹아내려 소년의 소매를 적시고 있다

 

 우리는 거리에서 노래하고

 거리에서 아이스크림과 맥주를 마시고

 거리에서 사랑을 하고 잠을 자고

 그리고 거리에서 죽는다

 서로의 몸속을 보여줄 만큼

 거리는 이제 아주 사적인 공간이므로

 투명인간들이 활보하는 거리에서

 소년은 눈물을 훔친다

 

 책상에 앉은 채 소변을 보았던,

 그러고는 곧 학교를 떠났던 그 소년처럼

 길에서 우는 아이

 얼음 조각처럼

 녹아내리고 있는 아이

 이 길 위에서 사라질 아이

 

 

 

 

 시집『아이스크림과 늑대』랜덤하우스 2007

 

 

 

 

  1973년 전남 광양 출생. 고대 대학원 국문과 박사.

  1996년 전남일보 신춘문예,

  2002년『문예중앙』신인문학상 등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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