詩心의 향기/시詩(필사)

즐거운 편지 / 황동규

폴래폴래 2010. 5. 9. 11:36

 

 

 

 

 

  즐거운 편지

 

                           - 황동규  

 

 

 

  1

 

  내 그대를 생각함은 항상 그대가 앉아 있는 배경에서

해가 지고 바람이 부는 일처럼 사소한 일일 것이나 언젠

가 그대가 한없이 괴로움 속을 헤매일 때에 오랫동안 전

해 오던 그 사소함으로 그대를 불러보리라.

 

 

  2

 

  진실로 진실로 내가 그대를 사랑하는 까닭은 내 나의

사랑을 한없이 잇닿은 그 기다림으로 바꾸어버린 데 있

었다. 밤이 들면서 골짜기엔 눈이 퍼붓기 시작했다. 내

사랑도 어디쯤에선 반드시 그칠 것을 믿는다. 다만 그때

내 기다림의 자세를 생각하는 것뿐이다. 그 동안에 눈이

그치고 꽃이 피어나고 낙엽이 떨어지고 또 눈이 퍼붓고

할 것을 믿는다.

 

 

 

 

  시집『三南에 내리는 눈』민음사 1975년1월1일(1판1쇄)1998(개정 17쇄)

 

 

 

 

  - 1938년 서울 출생.서울대 영문과 대학원 졸업. 영국 에든버러 대학원.

    1958년『현대문학』추천 등단.

    시집<어떤 개인 날><비가><나는 바퀴를 보면 굴리고 싶어진다>

    <악어를 조심하라고?><몰운대行><미시령 큰바람> 등

    현대문학상,한국문학상,연암문학상, 김종삼문학상,이산문학상,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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