즐거운 편지
- 황동규
1
내 그대를 생각함은 항상 그대가 앉아 있는 배경에서
해가 지고 바람이 부는 일처럼 사소한 일일 것이나 언젠
가 그대가 한없이 괴로움 속을 헤매일 때에 오랫동안 전
해 오던 그 사소함으로 그대를 불러보리라.
2
진실로 진실로 내가 그대를 사랑하는 까닭은 내 나의
사랑을 한없이 잇닿은 그 기다림으로 바꾸어버린 데 있
었다. 밤이 들면서 골짜기엔 눈이 퍼붓기 시작했다. 내
사랑도 어디쯤에선 반드시 그칠 것을 믿는다. 다만 그때
내 기다림의 자세를 생각하는 것뿐이다. 그 동안에 눈이
그치고 꽃이 피어나고 낙엽이 떨어지고 또 눈이 퍼붓고
할 것을 믿는다.
시집『三南에 내리는 눈』민음사 1975년1월1일(1판1쇄)1998(개정 17쇄)
- 1938년 서울 출생.서울대 영문과 대학원 졸업. 영국 에든버러 대학원.
1958년『현대문학』추천 등단.
시집<어떤 개인 날><비가><나는 바퀴를 보면 굴리고 싶어진다>
<악어를 조심하라고?><몰운대行><미시령 큰바람> 등
현대문학상,한국문학상,연암문학상, 김종삼문학상,이산문학상,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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