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종사 법당
가을 수종사
- 김명리
두물머리 지나는 시월 산그늘은
산벚나무 키 큰 모롱이 돌고
돌배나무 때죽나무 젖은 모롱이 돌아
운길산의 작은 절 수종사에 머문다
水鐘寺…… 해발 4백 미터에 핀
물봉선 진분홍 꽃잎 같은 절,
牛山에 지는 듯
汾水에 흐르는 듯
두드리면 片時春 한자락이 울려퍼질 것만 같은
파르란 단애의 鐘樓에서
언뜻언뜻 저 밑 물마루 붉고 큰
두 가랑이 사이로 누군가의 前生이
물상의 훈김처럼 떠올라오고
맑은 속으로도 비 듣는 듯
가을산이 저 홀로 이슥토록 묵은 찻잎을 달이시는 듯
이내 속으로 흐르듯 잦아드는
안 보이는 옛님의 더딘 발걸음일랑
어느 經 어느 저녁
새푸른 錄釉塼* 을 거니시는지!
* 녹유전 : 법당 내부에 까는 벽돌로서 표면에 油液을 발라서 녹색의 광택을 냄. 아미타경에 보면 극락세계의 땅은 푸른 유리로 되어 있다고 하는데, 이 녹유전을 통해 극락정토를 希願한다고 함.
시집『적멸의 즐거움』문학동네 1999
- 1959년 대구 출생. 1984년『현대문학』추천완료 등단.
시집<물 속의 아틀라스><물보다 낮은 집> 등
두물머리 전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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