詩心의 향기/시詩(필사)

가을 수종사 / 김명리

폴래폴래 2010. 2. 5. 12:09

 

 

수종사 법당

 

 

 

  가을 수종사

 

                           - 김명리 

 

 

 

  두물머리 지나는 시월 산그늘은

 산벚나무 키 큰 모롱이 돌고

 돌배나무 때죽나무 젖은 모롱이 돌아

 운길산의 작은 절 수종사에 머문다

 水鐘寺…… 해발 4백 미터에 핀

 물봉선 진분홍 꽃잎 같은 절,

 牛山에 지는 듯

 汾水에 흐르는 듯

 두드리면 片時春 한자락이 울려퍼질 것만 같은

 파르란 단애의 鐘樓에서

 언뜻언뜻 저 밑 물마루 붉고 큰

 두 가랑이 사이로 누군가의 前生이

 물상의 훈김처럼 떠올라오고

 맑은 속으로도 비 듣는 듯

 가을산이 저 홀로 이슥토록 묵은 찻잎을 달이시는 듯

 이내 속으로 흐르듯 잦아드는

 안 보이는 옛님의 더딘 발걸음일랑

 어느 經 어느 저녁

 새푸른 錄釉塼* 을 거니시는지!

 

 

 

   * 녹유전 : 법당 내부에 까는 벽돌로서 표면에 油液을 발라서 녹색의 광택을 냄. 아미타경에 보면 극락세계의 땅은 푸른 유리로 되어 있다고 하는데, 이 녹유전을 통해 극락정토를 希願한다고 함.

 

 

 

 

  시집『적멸의 즐거움』문학동네 1999

 

 

 

  - 1959년 대구 출생. 1984년『현대문학』추천완료 등단.

     시집<물 속의 아틀라스><물보다 낮은 집> 등

 

 

 

두물머리 전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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