詩心의 향기/시詩(필사)

민들레문상 / 박후기

폴래폴래 2009. 6. 28. 11:03

 

 

 

 

 

 

         민들레문상

 

                                              - 박후기 

 

 

 

  죽거든 화장(火葬)해 야산에 뿌려달라고 했다.

 

  흰 머리칼 아직 기를 쓰고 매달려 있을 때, 머리 한번 감겨드리지 못한 것을 후회했다. 머리칼 밀어버린 채 멍하니 바람 병상에 기댄 모습을 보니, 갑자기 머리만 커진 것 같아서, 그렁 그렁한 두 눈 남모르게 감을 것만 같아서, 가느다란 목이 폐부에 깔린 마지막 숨을 힘겹게 빨아대는 빨대 같아서, 금방이라도 그 목이 부러질 것만 같아서,

  반갑다고 휘두르는 더딘 헛손질에 뺨이라도 대주고 싶었다.

 

  돌아와, 밤에 부음을 들었다.

  다시 병상을 찾았을 때, 고인은 이미 바람의 손아귀를 빠져나가 분분하게 흩어진 뒤였다.

 

 

 

 

                      『문학수첩』2009년 봄호

 

 

 

             - 경기 평택 출생. 2003년 《작가세계》신인상

                시집<종이는 나무의 유전자를 갖고 있다>실천문학사2006.

                 제24회 신동엽창작상 수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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