文學의 오솔길/시창고

처서 / 고성만

폴래폴래 2009. 6. 22. 12:18

 

 

 

                                                     사진:네이버포토 

 

 

 

            처서

 

                                         - 고성만

 

 

 

  지랄 같은 꿈에 시달리는 낮잠 깨어 가방 메고 학교 가다 찰싹 등짝을 얻어맞던 해거름 비 그치고 콸콸 흐르는 물에 종아리를 씻으며 거머리를 떼기도 하고 상춧단 아욱단 다듬기도 하고 입씨름을 벌이기도 하던 개울 가 왜 그이의 귀에만 들어가면 누구나 알게 되는, 별명이 방송국인 사람

 

  어느 곳에나 있잖은가

 

  논두렁 꼴 베던 역골양반 마포바지를 빠져나온 자지가 하도 길어서 지게에 담아 작대기로 받쳐놓았는데 꿍 일어서다가 그만 밟아 미끈 자빠졌다는 능청에 아 그 존 것을 마음대로 가지고 노는 것은 봉지여 보자기여 밥물 솥같이 자글자글 끓는 저물녘

 

  보리 흉년에 젖배 곯은 나는 밥숟갈 던지자마자 수풀뒤에 숨어 희끗희끗 흐벅진 살을 훔쳐보느라 침을 꼴깍 삼키던, 따지고 보면 아무것도 아니므로 냇물에 씻겨간 해와 별과 달의 이야기가 어디 하나둘이었겠는가마는 그 여편네의 입에만 들어가면 개기름이 잘잘 흐르고 보름달같이 부푼다 해서 긔여꼴댁이라 불리던

 

  세모시 적삼에 조석으로 삽상한 바람이 드나드는 초가을

 

 

 

 

                   시집『슬픔을 사육하다』2008천년의 시작

 

 

 

 

                 1963년 전북 부안 변산 출생.

                 1998년『동서문학』등단

                 시집<올해 처음 본 나비>

                  국제고등학교 교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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