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네이버포토
나비병동
- 이민하
하얀 탁자에 팔꿈치를 스치지도 않고 문병객들은 흩어졌다
이따금 꽃을 안고 오는 사람이 있었으나 두리번두리번
화병을 찾다가 떠나갔다
그녀는 옆으로 돌아누웠다 하얀 벽
텅 빈 눈으로 마주보는 그가 거울처럼 놓여 있었다
약물을 체크하고 간호사는 돌아갔다
염색되기 좋은 하얀 유니폼이
백지처럼 다려진 뇌주름 같았다
그를 하얀 시트에서 뜯어내 일으켰다
허공을 찌르는 갈고리에서 끌어내린
링거 병에 꽃을 꽂자
우수수 꽃잎이 떨어져
그들의 썩어 가는 부위에 연고처럼 달라붙었다
꽃향기가 붕대처럼 그들을 휘감았다
몸 속에 다른 피를 섞었지만
돌발적인 사고에 대해 그는 묻지 않았다
눈시울을 적시면서도 문병객들은 응급처치처럼 스친 연애에 대해 귀를 들이댔다
그녀는 그들의 귀를 깨물며 속삭였다
내 피가 더럽니
파킨슨병을 앓는 예순 개의 초침을 떨며
낡고 두꺼운 얼굴로 달랑달랑 시계추를 흔드는
시간의 병실
수요일의 동물원처럼 서랍은 물어뜯긴 구두를 잠재우고
메마른 밤의 사료를 준비한다
폭설 같은 어둠이 내리고
연락두절된 문병객들은 창밖에 파묻혔다
말이 없는 자음과 모음처럼 나란히 앉아
허기는 종양처럼 자라고
조용히 몸이 끓고
수증기처럼 표정이 섞이고
기억을 퇴원하기 전
삼킬 수 있는 단 한 알의 하루
사면이 백지인 벽 안에서
탁자 위의 꽃이 붉은 점막을 밀어올릴 때
국수 한 가닥을 입에 문 멜로 주인공들처럼
시인 양과 독자 군이 두 개의 혀로 물고 당기는
한 가닥의 時
두 사람의 내장 속으로 흩어지고 남은
시의 탱탱한 마지막 행을 향해 그들은 입술을 포갰다 서로의 뉘앙스를 핥았다
하나의 발음을 射精하고 그들은 사랑에 빠졌다 국수 국물을 비우듯
조용히 행간을 삼키고 그들은 사랑에서 빠졌다
트림 같은 나비 한 마리
딱지처럼 앉은 꽃잎에서 솟아 창밖으로 사라졌다
월간『현대시학』 2009년 2월호
- 1967년 전주 출생. 2000년 『현대시』등단
시집<환상수족.><음악처럼 스캔들처럼>
'詩心의 향기 > 시詩(필사)' 카테고리의 다른 글
| 나는 물고기에게 말한다 / 정호승 (0) | 2009.06.15 |
|---|---|
| 모텔 미라지 / 유현숙 (0) | 2009.06.15 |
| 시여, 잠시만 비껴주세요 / 김미령 (0) | 2009.06.14 |
| 독거미 / 김지유 (0) | 2009.06.14 |
| 칸나 / 송찬호 (0) | 2009.06.13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