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네이버포토
오월 / 송찬호
냇물에 떠내려오는 저 난분분 꽃잎들 술 자욱 얼룩진 너럭바위들,
사슴들은 놀다 벌써 돌아들 갔다
그들이 버리고 간 관(冠)을 쓰고 논들
이제 무슨 흥이 있을까 춘절(春節)은 이미 지나가버렸다
염소와 물푸레나무와의 질긴 연애도 끝났다
염소의 고삐는 수없이 물푸레나무를 친친 감았고 뿔은 또 그걸 들이받았다 지친 물
푸레나무는 물푸레나무 숲으로 돌아가고
염소는 고삐를 끊은 채 집을 찾아 돌아왔다
그러나 그딴 실연에 아랑곳하지 않고 돗자리 등에 말아 매고
강아지풀 꼬릴 잡고 더듬더듬 들길을 따라오는 저 맹인 악사를 보아라
지금은 청보리 한 톨에 바람의 말씀을 더 새겨넣어야 할 때
둠벙은 수위를 높여 소금쟁이 학교를 열어야 할 때
살찐 붕어들이 버드나무 가랭이 사이 수초를 들락날락해야 할 때!
- 1959년 충북 보은 출생. 경북대 독문과 졸업.
1987년 '문학과지성(우리시대의 문학)등단.
김수영문학상, 동서문학상, 미당문학상 등 수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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