文學의 오솔길/시창고

돼지의 속눈썹 / 박형준

폴래폴래 2009. 5. 26. 21:16

 

 

 

 

                                          사진:네이버포토갤러리 

 

 

 

       돼지의 속눈썹    / 박형준

 

 

 

 밤늦게 돌아오는 밤에는

 거울을 보고 운다

 누군가 거울 속에서

 부드럽게 속눈썹을 만진다

 

 홍수에 떠내려가는 자운영

 지붕 위에 떠밀려온 꽃밭

 그 위에서 울고 있는 돼지

 흙탕물 속에서

 꽃뿌리에 감긴 다리

 꽃잎의 흙탕물이 밴

 돼지의 속눈썹

 

 거센 비 지나간 후

 하늘은 말끔히 개여 있다

 누구도 지붕 위에서 혼자 울고 있는

 돼지에게 말을 걸지 마라

 

 생의 널빤지를 잡고

 죽은 자의 그림자가 거꾸로 비치는

 아른거리는 도시의 수평선에서

 간신히 귀환하는 날에는

 거울 속에서,

 고독한 집의 강물에서

 지붕을 타고 하류로 떠내려간 돼지가

 울고 있는 밤이 있다

 

 

 

            시와 사상 2009년 봄호 발표

 

 

 

           - 1966년 전북 정읍 출생. 서울예대 문창과, 명지대 대학원 문창과 박사.

              1991년 한국일보 신춘문예 당선. 동서문학상. 소월시문학상 대상 수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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