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동정원 / 최영미
청동으로 빚은 나무가 못에 걸려 있네.
휘어진 가지에 사이좋게 마주 앉은
작은 새 한 쌍, 위에 매달린 종을
건드리면 청아한 울림이 떨어지지
그 밑에 누워서 음악도 듣고 책도 읽고
먼지가 이끼처럼 내려앉은 계절을 보내고
푸르던 잎이 퇴락한 왕조의 구릿빛으로 변하는데
나 말고는 지나간 사람이 없네
배반의 노래가 거실에 쌓이던
어느 날 나는 알았네
울리지 않는 종을 ……
수상한 그림자만 얼씬거리는
녹슨 청동정원에서
새와 단둘이 오래 살았네
문이 만 번쯤 열리고 닫히고
연애시를 백 편쯤 만드는 동안
누군가 천천히 지나가며
방울을 쓰다듬는 사람이 없어,
천둥처럼 울리기를 기다리며
단단히 문을 걸어잠그고
머리를 풀어헤친 여자가
누워 있네 차가운 바닥에
두 마리 새들이 하나로 겹쳐져,
새도 나무도 보이지 않을 때까지 ……
- 문학동네 2009년 봄호.
- 1961년 서울 출생. 서울대 서양사학과 홍익대 대학원 미술사학과 졸업.
1992년 '창작과 비평' 등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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