詩心의 향기/시詩(필사)

속눈썹의 효능 / 이은규

폴래폴래 2009. 5. 26. 20:59

 

 

 

                                                    사진:네이버포토갤러리 

 

 

 

          속눈썹의 효능    / 이은규

 

 

 때로 헤어진 줄 모르고 헤어지는 것들이 있다

 

 가는 봄과

 당신이라는 호칭

 가슴을 여미던 단추 그리고 속눈썹 같은 것들

 

 돌려받은 책장 사이에서 만난 단어, 속눈썹

 눈에 밟힌다는 건 마음을 찌른다는 것

 건네준 사람의 것일까, 아니면 건네받은 사람

 온 곳을 모르므로 누구에게도 갈 수 없는 마음일 때

 깜빡임의 습관을 잃고 초승달로 누운

 

 지난봄을 펼치면 주문 같은 단어에 밑줄이 있고

 이미 증오인 새봄을 펼쳐도 속눈썹 하나 누워 있을 뿐

 책장을 넘기는 바람에도 날아가지 않은

 출처 모를 기억만 떠나는 방법을 잊었다

 

 아지랑이의 착란을 걷다

 눈에 든 꽃가루를 호─ 하고 불어주던 당신의 입김

 후두둑, 떨어지던 단추 그리고 한 잎의 속눈썹

 언제 헤어진 줄 모르는 것들에게는 수소문이 없다

 벌써 늦게 알았거나 이미 일찍 몰랐으므로

 혼자의 꽃놀이에 다래끼를 얻어 온 날, 그럼에도 불구하고 올 것은

온다는 역설처럼 당신의 입김 없이도 봄날은 간다

 

 화농의 봄, 다래끼

 주문의 말 없이 스스로 주문인 마음으로

 한 잎의 기억을

 당신 이마를 닮은 차가운 돌멩이 사이에 숨겨 놓고 오는 밤

 책장을 펼치면 속눈썹 하나 다시 뜨고

 그럼에도 불구하고 돌아올 거라 믿는, 꽃달

 

 

 

 

 

                      - 1978년 서울 출생. 광주대 문창과 同 대학원 졸업.

                         2006년 국제신문 2008년 동아일보 신춘문예 당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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