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네이버포토갤러리
축제 / 권정일
그랬다, 순식간 허공을 점령하는 가창오리 떼를 보며 예민한 저들의 신호체계를 나는 울음으로 들었다 한 놈의 수상한 날갯짓이 수십 만 마리 한점 노을이었다가 회귀하는 바람의 획, 나는 공포였다
솟구쳤다, 내리꽂히는 저들의 생태계, 깃털하나 다치는 일 없이 일사분란하다 누가 새대가리라 조롱하는가 천수만을 점령하고 남한강을 점령하는 저 기막힌
활공을 보라, 오차 없는 날개와 날개의 틈을 서로 잇대어 어느 한 놈 낙오 없이 풍경을 거두는 싱싱한 먹이사슬의 자유, 저들은 한 끼의 운행을 노래하지 않는다
그랬다, 한 끼를 위해 사랑이라는 이름으로 나는 너에게 칼을 겨냥했고 하나의 의자를 위해 평화라는 이름으로 너를 추락시켰다 새대가리만도 못한 머리를 굴리며 사람 사이를 비행하는 사람인 나는 거둘 것 없는 너무도 불편한 저녁 축제를 보고 있다
- 1961년 충남 서천 출생.
1999년 국제신문 신춘문예 등단.
시집<마지막 주유소><수상한 비행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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