詩心의 향기/시詩(필사)

돈암동 파 할머니 / 최동호

폴래폴래 2009. 5. 4. 21:09

 

 

 

 

                                                          사진:네이버포토 

 

 

 

   돈암동 파 할머니        / 최동호

 

 

 

 돈암동 시장 어귀

 매일 아침 파를 다듬는

 할머니가 길 모퉁이에 있었다 일 년 내내

 고개를 들지도 않고

 파를 다듬는 할머니는

 오직 파를 다듬기 위해 사는 사람처럼

 

 매일 아침

 채소 가게 어귀에 나와 앉아

 머리가 하얀

 파 껍질을 벗기고 있었다

 

 한번도 고개를 들어 행인을 보지 않고

 언제나 구부린 자세로

 파를 다듬기만 하던 할머니가

 어느 날,

 꽃샘바람 지나가는

 시장 어귀를 바라보고 있었다

 

 잘 다듬은 파처럼 단정하게 머리칼을

 흙 묻은 손으로 쓸어올리는

 파 할머니 얼굴에서 흘낏

 돌보다 강인한

 우리 어머니의 얼굴을 보았다

 

 

 

 

             - 1948년 경기 수원 출생. 고대 국문과 동 대학원 문학박사.

                   고대 국문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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