때죽꽃 / 송수권
때 거르지 말라고 올해도 때죽꽃이 피었어요. 옷소매를 툭 치고 떨어지는 꽃잎과 꽃잎
사이 미끄러지는 여보란 말, 참 좋지요. 눈물나게 옆구리를 쿡 찌르는 말, 한 숟갈씩 떠먹고 싶은 말, 당신이란 말보다는 이무러워* 아슴하지 않아 좋네요. 미운 정 고운 정,
덕지덕지 때묻어 지층처럼 쌓인 말, 채석강 절벽에 가서 절벽 끝 쳐다보고 그 말 처음 들었지요. 고생대에서 중생대 백악기까지 더깨더깨 층을 이룬 말, 파도에 쓸리고 바람에 할퀸 흔적, 때죽나무 흰 꽃들이 바다에 뛰어내리며 나를 불렀어요. 아이구머니, 저 백년웬수, 암튼, 다급한 목소리로 불러세웠지요.
마른 염전에 핀 소금꽃같이 짜디짠, 흰죽에도 간을 치는
*이무럽다: 불편하지 않다. 익숙하다. 친숙하다는 뜻의 전라도 사투리
- 1940년 전남 고흥 출생. 서라벌예대 문창과 졸업.
1975년 '문학사상'신인상 등단. 2005년 8월 순천대 교수 퇴임.
'文學의 오솔길 > 시창고' 카테고리의 다른 글
| 애인들의 죽음* / 보들레르 (0) | 2009.05.07 |
|---|---|
| 성선설을 웃다 / 김선우 (0) | 2009.05.06 |
| 오월 / 유홍준 (0) | 2009.05.01 |
| 맷돌 / 오탁번 (0) | 2009.05.01 |
| 거기쯤에서 봄이 자글자글 끓는다 / 김선우 (0) | 2009.04.30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