文學의 오솔길/시창고

때죽꽃 / 송수권

폴래폴래 2009. 5. 4. 10:18

 

 

 

 

 

때죽꽃   /  송수권

 

 

 때 거르지 말라고 올해도 때죽꽃이 피었어요. 옷소매를 툭 치고 떨어지는 꽃잎과 꽃잎

사이 미끄러지는 여보란 말, 참 좋지요. 눈물나게 옆구리를 쿡 찌르는 말, 한 숟갈씩 떠먹고 싶은 말, 당신이란 말보다는 이무러워* 아슴하지 않아 좋네요. 미운 정 고운 정,

 덕지덕지 때묻어 지층처럼 쌓인 말, 채석강 절벽에 가서 절벽 끝 쳐다보고 그 말 처음 들었지요. 고생대에서 중생대 백악기까지 더깨더깨 층을 이룬 말, 파도에 쓸리고 바람에 할퀸 흔적, 때죽나무 흰 꽃들이 바다에 뛰어내리며 나를 불렀어요. 아이구머니, 저 백년웬수, 암튼, 다급한 목소리로 불러세웠지요.

 

마른 염전에 핀 소금꽃같이 짜디짠, 흰죽에도 간을 치는

 

 

 

*이무럽다: 불편하지 않다. 익숙하다. 친숙하다는 뜻의 전라도 사투리

 

 

 

 

 

            

 

 

               - 1940년 전남 고흥 출생. 서라벌예대 문창과 졸업.

                  1975년 '문학사상'신인상 등단. 2005년 8월 순천대 교수 퇴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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