누군가 네 방문을 툭툭 걷어차며 / 조은길
허공으로 염을 하였다
접근 금지 붉은 바리케이드에 격리된
재개발 아파트 단지 해바라기
몸 팔다 몸에 치여 죽은 여자처럼
구멍구멍 피고름이 말라붙어 있다
흉허물이 난무한다
벌 나비 맹종의 몸짓으로 밀려오던
꽃 시절은 지나갔다
능구렁이 푸른 꽃대를 칭칭 감아 오르던
오르가슴의 시절은 너무 짧더라
차가운 심판의 시절이 닥쳤다
다시 빅 뱅이다
빅뱅은 이 세기가 낳은 예수 그리스도
다시 대지에 납작 입을 맞춰야 한다
다시 끼리끼리 눈을 맞춰야 한다
다시 발가벗고 흘레붙어야 한다 미치겠다
하지만 누군가 네 방문을 툭툭 걷어차며
이렇게 흉하게 지는 꽃은 처음 보겠네
침이라도 뱉으면 어쩌겠니
돌이라도 던지면 어쩌겠니
- 경남 마산 출생.
1998년 '중앙일보'신춘문예 당선.
시집<노을이 흐르는 강>서정시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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