詩心의 향기/시詩(필사)

누군가 네 방문을 툭툭 걷어차며 / 조은길

폴래폴래 2009. 5. 3. 12:30

 

 

 

 

 

       누군가 네 방문을 툭툭 걷어차며  / 조은길 

 

 

 허공으로 염을 하였다

 접근 금지 붉은 바리케이드에 격리된

 재개발 아파트 단지 해바라기

 몸 팔다 몸에 치여 죽은 여자처럼

 구멍구멍 피고름이 말라붙어 있다

 흉허물이 난무한다

 벌 나비 맹종의 몸짓으로 밀려오던

 꽃 시절은 지나갔다

 능구렁이 푸른 꽃대를 칭칭 감아 오르던

 오르가슴의 시절은 너무 짧더라

 차가운 심판의 시절이 닥쳤다

 다시 빅 뱅이다

 빅뱅은 이 세기가 낳은 예수 그리스도

 다시 대지에 납작 입을 맞춰야 한다

 다시 끼리끼리 눈을 맞춰야 한다

 다시 발가벗고 흘레붙어야 한다 미치겠다

 하지만 누군가 네 방문을 툭툭 걷어차며

 이렇게 흉하게 지는 꽃은 처음 보겠네

 침이라도 뱉으면 어쩌겠니

 돌이라도 던지면 어쩌겠니

 

 

 

 

               - 경남 마산 출생.

                 1998년 '중앙일보'신춘문예 당선.

                 시집<노을이 흐르는 강>서정시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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