퇴치법 / 유영금
시 한 편 받아 적고
담배 한 가치 피워 물었다
천장을 보고 누웠는데
십 년 혼자 산 방구석 책 더미에서
키득거리는 웃음소리가 들렸다
책을 밀고 들여다보니
원고지 위로 돌아다니던
병이 헤벌쭉 웃고 있었다
실없이 왜 웃냐 물었더니
내 등골 뭐 더 파먹을 거 없나 궁리하는
질통疾痛의 수작이 야비해 웃었다나
맞는 말이다, 더러운 정까지 들고 만
질통의 야비함에 나도 자주 웃는다
웃음을 술에 섞어 마시면 안주가 따로 필요 없다
술 고파하는 병을 앉혀 놓고
서창을 기웃거리는 봄빛도 불러들여
질펀한 낮술이나 나눠야겠다
두주불사되어
사람과는 비교도 안될 만큼 인간적인
병에게 오랜만에 술주정을 해야겠다
사나운 주사를 번번이 받아냈지만
남은 정 다 떨어지면
내 방구석에서 서둘러 이사 갈 것이다
- 1957년 강원도 영월 출생. 1994년 청구문학 시 대상.
1997년 진주신문 가을문예 시 당선. 2003년 '현대시' 등단.
시집<봄날 불지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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