詩心의 향기/시詩(필사)

퇴치법 / 유영금

폴래폴래 2009. 5. 1. 23:17

 

 

 

 

 

 

            퇴치법      /  유영금 

 

 

 

 시 한 편 받아 적고

 담배 한 가치 피워 물었다

 천장을 보고 누웠는데

 십 년 혼자 산 방구석 책 더미에서

 키득거리는 웃음소리가 들렸다

 책을 밀고 들여다보니

 원고지 위로 돌아다니던

 병이 헤벌쭉 웃고 있었다

 실없이 왜 웃냐 물었더니

 내 등골 뭐 더 파먹을 거 없나 궁리하는

 질통疾痛의 수작이 야비해 웃었다나

 맞는 말이다, 더러운 정까지 들고 만

 질통의 야비함에 나도 자주 웃는다

 웃음을 술에 섞어 마시면 안주가 따로 필요 없다

 술 고파하는 병을 앉혀 놓고

 서창을 기웃거리는 봄빛도 불러들여

 질펀한 낮술이나 나눠야겠다

 두주불사되어

 사람과는 비교도 안될 만큼 인간적인

 병에게 오랜만에 술주정을 해야겠다

 사나운 주사를 번번이 받아냈지만

 남은 정 다 떨어지면

 내 방구석에서 서둘러 이사 갈 것이다

 

 

 

 

             - 1957년 강원도 영월 출생. 1994년 청구문학 시 대상.

               1997년 진주신문 가을문예 시 당선. 2003년 '현대시' 등단.

                시집<봄날 불지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