데자뷰 / 강연호
언젠가 너를 본 적이 있지
내 얼굴의 거울은 타인의 얼굴인 것을
미처 알아보지 못한 척하지
거울아, 거울아, 이 세상에서 누가 제일 나 같지?
이미 답을 알고 던지는 질문을 뒤집듯
거울을 홱 뒤집어 보기도 하지
그 뒤에 꼭 누가 웃고 있을 것만 같아서
등골 서늘해지는 느낌을 즐기지
내 얼굴의 거울은 바로 네 얼굴인 것을
나는 언제나 너를 질투하지
거울아, 거울아, 이 세상에서 누가 제일 나 같지?
똑같은 질문을 거듭 던지며
뻔뻔하게도 나는 얼굴을 붉힌 적이 한 번도 없지
두드려라, 깨질 것이다
두드려라, 깨진 만큼 늘어날 것이다
나는 짐짓 지구본마냥 고개를 기울여
늘어난 얼굴들을 빤히 쳐다보며 묻지, 누구시더라?
- 현대시 2009년 4월호
- 1962년 대전 출생. 고대 국문과 동 대학원 졸업.
1991년 문예중앙 신인문학상 당선으로 등단.
시집<비단길><잘못 든 길이 지도를 만든다>
원광대 문창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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