詩心의 향기/시詩(필사)

앞발이 들린 채 끌려가는 / 박형준

폴래폴래 2009. 4. 9. 20:50

 

 

 

 

 

 

 

            앞발이 들린 채 끌려가는    / 박형준 

 

 

 

 복날이 지났는데도 쇠줄을 질질 끌며

 자기의 생이 더이상 갈 수 없는 곳에서 앞발이 들린 채

 낑낑거리는 검고 마른 개를 시장 한켠에서 본다

 보신탕 가게를 지날 때면,

 아파트 한 채씩 분양받고

 철망 속에 웅크리고 있는 개 잔등을 생각한다

 눈곱 잔뜩 낀 개들이 아파트를 지나쳐 갈 때,

 내 생으로 가닿을 수 없는 피안이

 앞발이 들린 개의 발톱 앞에 펼쳐진 시장 한쪽이라는 생각이 든다

 

 낡고 허름한 가옥들 사이로 난 길에 러닌셔츠를 배까지

 밀어붙이고 부채질하는 노인 하나가 돗자리에 앉아

 무슨 소린가 하염없이 늘어놓고 있다

 그늘 속에서는 죽은 벌레들이 자꾸 발견된다

 작은 장난감처럼 아이가 희미하게 웃는다

 나는 아이가 시멘트 바닥에 크레용으로 그린 집에 차양을 달아주고 싶다

 

 

 

 

 

           - 1966년 전북 정읍 출생. 1987년 서울예전 문창과 졸업.

              1991년 한국일보 신춘문예 등단. 동서문학상.

              꿈과시문학상, 현대시학 작품상 수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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