文學의 오솔길/시창고

항아리처럼 입을 벌리고 / 장석원

폴래폴래 2009. 3. 28. 12: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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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항아리처럼 입을 벌리고  / 장석원

 

 

 

 호박 넝쿨 가득한 여름밤에 내가 본 것은

 등목하는 당신 꼭지를 돌려놓고

 나를 불러놓고 엎드러 뻗쳐!

 허리 위로 흘러내리던 8월의 수돗물

 묽은 어둠 뒤 장독대에는 간장 냄새

 마르는 소금 냄새 당신의 몸에서 올라오는

 소금 냄새 뽀드득거리는 비누 냄새

 시원해 한 바가지 더

 더는 못참겠어요 소름이 돋았어요

 당신의 손바닥 자국이 찍힌 듯 남아 있어요

 느린 별이 이마에 내려와 콧노래를 부릅니다

 우암동 395의 10번지 마당 구석에는 장독대

 그 왼쪽에는 공용 수도가 하나

 구기자나무 젖는 소리 깊어진다

 뚜껑 없는 항아리에 어둠이 고여 있다

 당신이 불러 다가가면 그 입속에 당신의 얼굴

 일렁여 사라졌다가 눈물 위에 떠오른다 달이 지나고

 이마에서 별이 미끄러지고 땅강아지 툭툭 떨어진다

 다물지 못한 채 벌리고 앉아 당신을 기다린다

 쌓인 어둠 때문에 사타구니 묵직해질 때

 당신이 흘러넘쳐 나를 적실 때

 납가루 같은 별 내려앉는다

 당신은 버캐가 되었어요 체취가 여전해요

 우암동 395의 10번지에 당신이 살고 있어요

 

 

 

 

                -1969년 충북 청주 출생. 고대 국문과 및 대학원 졸업.

                 2002년 대한매일(현, 서울신문)신춘문예 당선.

                 시집<아나키스트><태양의 연대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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