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수리나무 스승 / 복효근
이 마을 숲엔 몇 십 년 묵은
아름드리 상수리나무가 모여 산다
하나같이 허리께에 커다란 웅덩이 같은 상처가 있다
그 옛날 마을 사람들 떡메를 지고 와서
나무둥치를 쳐 울려 상수리를 땃기 때문이다
나무를 쳐댈 때마다
나무는 굵은 눈물 같은 상수리를 한 소쿠리씩
쏟아 냈을 것이다
벗겨진 제 상처를 안으로 오그리며
나무는 하늘로 더 멀리 가지를 뻗었을 것인데
그 가지 끝에 새들이 둥지를 틀었다
썩어가는 둥치 속으론
버섯이 자라고
청개구리가 기어들고
또 풍뎅이가 알을 깐다
내가 다가갈 때마다
나무는 무슨 이야기 같은 것 혹은 노래 같은 것을
이것들의 입으로 날갯짓으로 들려주곤 하는데
내 살아갈 길을 넌지시 들려주는 것도 같은데
한 계절도 아니고
한 해로도 끝나지 않아서
아예 이 숲에 살림을 차려서 모시고도 싶다
- 1962년 전북 남원 출생. 1991년 시와 시학 등단.
마늘촛불, 애지.20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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