詩心의 향기/시詩(필사)

봄날 / 고성만

폴래폴래 2009. 3. 7. 11:51

 

 

 

 

 

 

 

           봄날           / 고성만 

 

 

 처녀 선생님 무슨 쪽지를 가져다주고 오라고 심부름시킨 봄

 

 자잘한 유리조각 반짝이는 대기 속을 물고기같이 헤엄쳐 건너

면사무소 얼굴이 벌개진 청년에게 전해주고 나오는 날 곗돈 떼

어먹은 홍아네 몹쓸 병에 걸렸다는 솜틀집 식모 살러간 정이 누

이 이야기가 오가는 정류장에 앉아 낯선 행선지의 차에 오르고

싶은 충동

 

 부안에서 이리로 김제에서 전주로 대전에서 서울로 얼갈이배추

갈치속젓 표고버섯 돌김을 싣고 매일을 일요일처럼 돌아다니는

 

 한 끗발 남거나 두 끗발 모자라는 인생

 

 가끔가끔 그 알 수 없는 내용으로 심부름 갔던 때의 황홀한 햇살

잊히지 않는 한낮

 

 

 

 

                   - 1963년 전북 부안 변산 출생.

                          1998년 '동서문학' 등단

                          시집 <올해 처음 본 나비><슬픔을 사육하다>

                          국제고등학교 교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