文學의 오솔길/시창고

징 / 이영식

폴래폴래 2009. 1. 21. 01:20

 

 

 

 

                               사진출처: 네이버포토 갤러리

 

 

               징             / 이영식 

 

 

 

  우리 집 바람벽에 걸린 징 한 개, 크로키 된 내 얼굴이 표면에 새겨있지요 울의 한쪽이 끈에 꿰어 매달렸다가 체에 맞으면 音과 音을 물고 깨짐 없이 방짜로 울려 퍼지는데 그러니까 내 몸이 울림통이 되어 지이잉- 소리의 끈을 물고 가는 맛, 이거 別나답니다

 

 아내는 내가 생각나거나 미워질 때면 한 번씩 두드려보고 처조카 꼬맹이는 가끔 귀뚜라미를 잡아 안쪽 허방에 넣어주는데 이젠 내 몸이 징의 미세한 울림에도 반응을 한다는 거예요 아무리 멀리 떨어져 있더라도 사분사분 귓속질을 하지요

 

 저 놋쇠가 불에 익었다가 다시 방짜로 펴질 때까지 볶이고 망치에 맞은 매에 비한다면 내 삶이란 것 別스러울 것도 없겠지만, 나들며 바라보다가 지치고 비틀거릴 때 슬며시 두드려 깨워보곤 하는데 켜켜이 삼킨 울음안에 나를 들어앉힌 저 풍장의 깊은 내공에 감사할 뿐입지요.

 

 

 

          *시향 겨울호 현대시 펼쳐보기 50선

 

 

 

                - 경기 이천 출생.

                   2000년 '문학사상' 등단

                  시집<공갈빵이 먹고 싶다><희망온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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