직립으로 눕다 / 김경성
빗방울에 눌려 떨어져도 고요하다
소리 지르지 아니한다
입술 같은 꽃잎, 조금이라도 넓게 펴서
햇빛 녹신하게 빨아들여
몰약 같은 향기 절정일 때
바람에 날린다 해도 서럽지 않다
직립의 시간 허물어뜨리고
낮은 곳으로 내려와 눕는다
목단꽃 떨어져도 넓은 꽃잎 접지 않는다
꽃대에서 그대로 시들어
한 번도 날아보지 못한 꽃이어도 먼 곳까지 날았던
그림자의 기억이 있다
향기 환장하게 번져나는 꽃나무 아래 서서
꽃물 배이도록 젖어들다가
아, 나도 한 장의 꽃잎이 되어
네 꽃잎 위에 눕는다
포개어진 꽃잎 위로 스쳐가는
바람 부드럽다
- 우리詩, 2008년 10월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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