文學의 오솔길/시창고

직립으로 눕다 / 김경성

폴래폴래 2009. 1. 13. 22:33

 

 

 

 

 

 

                직립으로 눕다           /  김경성 

 

 

빗방울에 눌려 떨어져도 고요하다

소리 지르지 아니한다

입술 같은 꽃잎, 조금이라도 넓게 펴서

햇빛 녹신하게 빨아들여

몰약 같은 향기 절정일 때

바람에 날린다 해도 서럽지 않다

직립의 시간 허물어뜨리고

낮은 곳으로 내려와 눕는다

목단꽃 떨어져도 넓은 꽃잎 접지 않는다

꽃대에서 그대로 시들어

한 번도 날아보지 못한 꽃이어도 먼 곳까지 날았던

그림자의 기억이 있다

향기 환장하게 번져나는 꽃나무 아래 서서

꽃물 배이도록 젖어들다가

아, 나도 한 장의 꽃잎이 되어

네 꽃잎 위에 눕는다

포개어진 꽃잎 위로 스쳐가는

바람 부드럽다

 

 

 

         -  우리詩, 2008년 10월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