詩心의 향기/시詩(필사)

불탄 방 / 강정

폴래폴래 2008. 10. 25. 20:55

 

 

   불탄 방 

     - 너의 사진                 강정

 

방안에서 문득 꺼내본 당신의 얼굴이 젖어 있다

머뭇거리던 당신의 마음이 한순간 멎는다

불빛이 죽은 먼지처럼 이글거린다

벽면을 바라보던 눈알이 허공에 포물선을 그리며

금싸라기처럼 만개한다

내 몸과 공간 사이에 경계가 사라진다

나와 당신 사이에

나와 당신과 무관한

또 다른 인격이 형성된다

사랑이란 하나의 소실점 속에 전 생애를 태워

한꺼번에 사라지는 일

이 우주에 더 이상 밀월은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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