詩心의 향기/시詩(필사)

우두커니 서 있는 / 전동균

폴래폴래 2008. 10. 24. 22:51

 

 

     우두커니 서 있는

 

                                 전동균

 

 내 그림자 속을

 혼자 걸어가는 시간이 많아졌다

 그림자 속 세상은 하염없이 넓고 깊어서

 장님처럼 길을 잃고

 우두커니 서 있는 시간도 많아졌다

 

 오랫동안 모시던 어머니 떠나가신 뒤

 밤이면 작고 메마른 손 하나

 허공에서 내려와

 내 심장을 쥐어짜듯 움켜쥐고,

 늙고 서러운 아버지의 몸은

 마침내 온몸으로 임종을 터뜨리고

 

 점점 차가워지는 바람이 묻는다

 바람의 깃에 몸을 매달고

 먼 곳으로 떠나가는 새들이, 그들의 빈 둥지가 내게 묻는다

 무슨 죄 많아

 늘 고개 숙여 걷는가?

 걷다가 문득 멈추어 서서, 뭘 그리 보고 있는가?

 

 너에게도 ......영혼이란 게 ......있는가?

 

 

'詩心의 향기 > 시詩(필사)' 카테고리의 다른 글

불탄 방 / 강정  (0) 2008.10.25
세상의 등뼈 / 정끝별  (0) 2008.10.25
꽃에게 기도하다 / 윤여홍  (0) 2008.10.24
2008 제9회 동서커피문학대상 수상작  (0) 2008.10.22
황사 / 송찬호  (0) 2008.10.2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