詩心의 향기/시詩(필사)

꽃에게 기도하다 / 윤여홍

폴래폴래 2008. 10. 24. 22:42

 

 

           꽃에게 기도하다  

                                  윤여홍

 

 꽃이 저렇게 핀 것도

 작년에 내가 시킨 말 때문이다

 내 말에 침을 뱉고 씨처럼

 흙속에 묻었던 때문이다

 봄 햇살에 나의 몸살이 녹는다

 열꽃이다 봄이 저절로 온 것이 아니다

 분주한 세밑 별들도 나도

 기다린 봄 때문에 마중하는 봄 때문에

 나는 지금 머리가 맑다 몸살에 핏기가 돈다

 저 꽃처럼 나의 시도 가을에나

 영글 것이다 꽃도 꽃이지만

 무화과 처럼 영글 것이다

 

     시집<꽃에게 기도하다> 2008. 시로 여는 세상

 

                              1944년 서울 출생

                              공주사대 국어교육학과

                              1983년 심상에 '불면'을 발표 등단