詩心의 향기/시詩(필사)

슬픔을 줄이는 방법

폴래폴래 2021. 5. 7. 09:28

 

  슬픔을 줄이는 방법

 

                                   천양희

 

 

 빛의 산란으로 무지개가 생긴다면

 사람들은 자기만의 무지개를 보기 위해

 비를 맞는 것일까

 

 빗속에 멈춰 있는 기차처럼

 슬퍼 보이는 것은 없다고

 까닭 모를 괴로움이 가장 큰 고통이라고

 시인 몇은 말하지만

 

 모르는 소리 마라

 오죽하면

 슬픔을 줄이는 방법으로 첫째인 것은

 비 맞는 일이라고 나는 말할까

 

 젖는 일보다 더 외로운 형벌은 없어서

 눈이 녹으면 비가 되는 것이라던

 선배의 말이 오늘은 옳았다

 

 빗소리에 몸을 기댄 채

 오늘 밤

 나는 울 수 있다

 전력으로

 

 

 시집 <지독히 다행한> 창비. 2021

 

 

 1942년 부산 출생. 이대 국문과 졸업. 1967년 <현대문학> 등단.

 <신이 우리에게 묻는다면><사람 그리운 도시><하루치의 희망>

 <마음의 수수밭><새벽에 생각하다> 등

 소월시문학상, 현대문학상, 대한민국문화예술상, 공초문학상, 박두진

 문학상, 만해문학상 등 수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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