슬픔을 줄이는 방법
천양희
빛의 산란으로 무지개가 생긴다면
사람들은 자기만의 무지개를 보기 위해
비를 맞는 것일까
빗속에 멈춰 있는 기차처럼
슬퍼 보이는 것은 없다고
까닭 모를 괴로움이 가장 큰 고통이라고
시인 몇은 말하지만
모르는 소리 마라
오죽하면
슬픔을 줄이는 방법으로 첫째인 것은
비 맞는 일이라고 나는 말할까
젖는 일보다 더 외로운 형벌은 없어서
눈이 녹으면 비가 되는 것이라던
선배의 말이 오늘은 옳았다
빗소리에 몸을 기댄 채
오늘 밤
나는 울 수 있다
전력으로
시집 <지독히 다행한> 창비. 2021
1942년 부산 출생. 이대 국문과 졸업. 1967년 <현대문학> 등단.
<신이 우리에게 묻는다면><사람 그리운 도시><하루치의 희망>
<마음의 수수밭><새벽에 생각하다> 등
소월시문학상, 현대문학상, 대한민국문화예술상, 공초문학상, 박두진
문학상, 만해문학상 등 수상.