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네이브포토 망고ng님.
영역을 밟았기 때문이다
-정지우(鄭誌友)
부비트랩을 밟고 있다면
식물처럼 폭발한다면
뒤틀린 뼈는 방향이 아니다
그러니까 우리는 벼랑 끝까지 가서 눈을 감을 회피도 아니다
발을 떼는 순간,
여름이 끝나고
지상과 공중은 온통 날리는 것들의 천지다
이미 박힌 총알을 찾아온다는 총성
몸 안으로 밀어닥치는 눈보라
만질 수 없는 차가운 뼈
영혼을 꺼내서 수습한다는 눈송이들
다시 뭉쳐지려면
다시 차가워져야 한다는 눈사람
오직 한 자리를 향해
오고 있는 사람과
떠나는 사람이 마주하는 위치
흩어져 내리는 눈보라의 바깥
주변을 밀쳐내면서 둥글게 뭉치고 굴려서 불어나는 눈덩이에 나무와 돌과
새가 깃들이는 자신의 눈물에
독점의 바람은 녹는 점
봉합의 구름은 끓는 점
제자리에서 스스로 녹아내릴 때까지
구겨져 버린 귀와 버린 입술과
두 팔이 흥건해지는 제자리
따뜻한 작점으로 흘러내리는 빈자리
<다층>2017년 가을호.
-1970년 전남 구례 출생. 경희사이버대 문창과 졸업.
2013년 문화일보 신춘문예 당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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