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네이버포토(자옹이님)
경비원
-이명우
졸음이 눈꺼풀 속으로 들어앉아 빠져나가지 않는다
쏟아지는 빗줄기에 눈치도 흐려지고
공기도 그의 머리를 떠받들고 있다
눈꺼풀과 마주 잡은 졸음이 주민들의 눈에 걸린다
처마에 떨어진 빗물이 관리사무소 유리창을 긁어내린다
소문은 물집처럼 부풀어 오르고
방울방울 떠돌아다니는 졸음은 빗방울을 밀어내고 있다
빗줄기가 미끄러지고 자빠지면서까지
집요하게 지붕을 걸고넘어진다
지루한 장마처럼 그의 바짓가랑이에 끈적거리며 달라붙는다
나뭇잎이 연신 고개를 숙이고 또 숙이면서
바람의 무게에 눈금이 파르르 떨린다
무게의 중심을 잡을 때까지 뿌리는 하염없이 기다리고 있다
처마에 걸린 빗줄기가 밧줄을 조용히 거두어들인다
유리창이 바쁘게 구름을 걷어내고 나뭇잎도 물기를 털어낸다
햇빛이 빠르게 단지의 소문을 걷어낸다
속눈썹 그늘에 갇혀 있던 그의 눈치가
그늘을 먹고 있다
시집『달동네 아코디언』2017.애지
-1959년 경북 영양 출생.
2016년 국제신문 신춘문예 당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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