詩心의 향기/시詩(필사)

폭설 / 김지희

폴래폴래 2015. 12. 25. 11:02

 

 

 

 

 

                    폭설

 

 

                                                    - 김지희

 

     그때 메말랐던 내 눈을 당신 눈빛으로 적셔 주었지

     그랬었지. 내 불꺼진 손바닥에 끼워둔 털장갑,

     기쁘고 슬픈 표정까지

     모두 당신 따스한 눈빛으로 만들어졌지

 

     눈보라가 야수처럼 울부짖는 저녁

     거리는 눈으로 차 있고

     당신 더운 숨소리, 그 온기 가득한 손길도 얼어붙은

     십이월

     마른가지에 걸린 앙상한 계절 저쪽에서

     당신 얼굴을 보았어

     수은등 불빛도 얼어붙은 길 위로

     어둠이 따라오는 소리

     내 심장이 물보라 되어 떨어져 내릴 듯

     세상 천개의 추위를 지불해야

     지나갈 수 있는 당신의 가슴

     한 슬픔을 무너뜨리는 깊은 바람소리

     하, 저 눈보라

     불꽃보다 선명한 입술, 부드러운 눈빛 모두가

     당신 심장마저도 얼어

     희뿌연 눈안개 속으로 사라진다 해도

     서로 뜨겁게 언 손 감싼 물방울 된다면

     폭설처럼 늙어가는 길목마다

     하얀 꽃송이 피지 않고는 배기지 못할 거야

 

     얼어붙은 거리 지나

     안개꽃 닮은 당신 천개의 눈빛으로 내 심장 덮을거야

 

 

 

      『시와 문화』2015년 겨울호

 

 

 

      -2006년<사람의문학>으로 등단. 2014년 영주일보 신춘문예 당선.

       한국작가회의 회원. 중앙대 예술대학원 문창과 수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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