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산술벗님 사진 감사합니다.
아홉 번 죽은 별들만 아름답다
- 박연준
실연에 실패한 자가 걸어가고 있다
북을 치던 손은 가고 흔들림만 남았다
승리한 거울들이 돌아눕는다
일렬종대
별들의 함성
함몰된 얼굴에서 일어나는 빛의 산란
행복해서 미칠 것 같다
자지러지는 거울들
복에 겨워 죽을 것 같다
자지러지는 거울들
아무래도 지금은 계절이 번복되는 시절
수천 송이 연(蓮)들이
몽우리 째 수장(水葬)되는 밤
떠오르지 못하도록 부력을 삼키는 입술들
열두 개의 머리가 가라앉는 하나의 몸통을 견디고
물의 허를 찌르며 깨진 것들이 태어난다
두렵다
아홉 번 죽은 별들만 아름답다는데
대관절
아름답게 죽은 별이란 게 무슨 소용일까?
살아나면 어쩌지
이 많은 생의 궁극들, 꿈에서라도
피어나면 어쩌지
밤의 이적수로 죽음에 성공한 귀신들,
실연에 실패한 자가 언덕을 오르고 있다
『발견』2014년 여름호
- 1980년 서울 출생. 2004년 <중앙신인문학상>등단.
시집<속눈썹이 지르는 비명><아버지는 나를 처제, 하고 불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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