멀어지는 풍경들의 시간
─생명의 환幻
- 김추인
무수한 알들이 모태의 허공을 부유하고 있다
늘 처음인 세상에 그대와 나 따로 서서
제 걸어온 긴 시간의 얼굴을 내다보고 있다
모래 한 톨의 시간
모래 한 톨의 우주
모래 한 톨에 우주의 원형질이 다 들어있다는
내 저무는 몸에 우주가 들어와 계시다는
먼지와 개스의 별 하나를 위해 태양은 저를 태워 펄럭이는 목숨들을 키우고
있다 별이 데워지고 별의 식솔들이 낮은 지붕아래서 알이 들고 있다
그대로 해서 별들이 부딪고 섞고 물길을 쌓았고 그대로 해서 강철의 겨울을
건너 꽃이 피는 것을 우주의 티끌 하나까지도 손길보태고 있는 것을
우리는 모두 그대의 당신
나뭇잎 하나에게조차 누구냐 묻지 마라
흐르는 꽃이며 티끌이며
우리, 먼지의 걸음으로 팽창하는 우주를 걷는 중이다
걸어도 걸어도 멀어지는 별들이여 강신이여
구름으로 가는 것들과 부푸는 시간들 사이에
『서정시학』2014년 가을호
- 1986년 현대시학으로 등단. 시집<모든 하루는 낯설다><전갈의 땅>
<프렌치키스의 암호><행성의 아이들> 등. 만해문학상 작품상 수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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