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네이버포토
뜰채의 시간
- 김경인
나는 평온하고 잔잔하게 흔들려
죽은 물고기의 배는 놀랍도록 희군
손바닥을 뒤집듯이 거짓말이 쉽단다
주문을 외우면 금세 행복해지지
이름을 불러다오
나는 정말 평온하고 잔잔해
흔들리는 것은 죽은 물고기
물고기의 그림자
뜰채를 사고
나는 말을 다시 배우지
은유의 오동나무 장롱에는
물 빠진 유년의 색깔 옷들이
듬성듬성 걸려 있고
누군가는 그 옷을 입었다 벗었다 해
나는 잡곡과 흰 쌀을 잘 구분하고
검정과 하양을 똑같이 사랑해
바게트 빵처럼 딱딱한 분노와 그 밑에 숨겨둔
부드러운 결을 이해하지
영원히 달콤한 사탕이 있다면
입에 가득 물어야지
이가 다 빠져서
나는 커다란 구멍을 갖게 되겠네
흥건히 고인 비밀 따위는
금세 녹아 사라질 것이다
『시인동네』2014년 봄호
- 1972년 서울 출생. 카톨릭대 국문과, 한양대 대학원 국문과 졸업.
2001년<문예중앙>으로 등단.
시집<한밤의 퀼트><얘들아, 모든 이름을 사랑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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