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네이버포토갤러리
양배추를 씻다가
- 정온
말하자면
총알 박아 넣기 좋은 네 머리통을 생각한다
꼬리를 자르고 도망치는 도마뱀, 또 다른 이파리 아래에서 꼬릴 키우는
네 죄를 생각한다
하루를 뜯어내면 또 똑같은 하루가 자라는
이 지긋지긋한 관계
속이 하얘지도록 비워내고 싶어
모두가 킬킬대는 영화관에서
한잠 제대로 자고 나온 화창한 오후
여전히 굉음을 내며 뒤를 바짝 따라오고 있는
세상, 그 복판에 45구경 총구를 겨누고 싶을 때
잔혹한 꽃을 피우고 싶어
미칠 때
한나절 한 시간 일 분 일 초
나를 균등하게 토막 친
네 죄 위에
방울토마토처럼 얹힌 게 태양이라니
시집『오, 작위 작위꽃』시산맥사 2013년
- 1966년 전북 김제 출생.
2008년<문학사상>으로 등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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