詩心의 향기/시詩(필사)

양배추를 씻다가 / 정온

폴래폴래 2013. 1. 26. 15:37

 

 

 

 

 

       사진:네이버포토갤러리

 

 

 

        양배추를 씻다가

 

                                                     - 정온

 

 

 말하자면

 총알 박아 넣기 좋은 네 머리통을 생각한다

 꼬리를 자르고 도망치는 도마뱀, 또 다른 이파리 아래에서 꼬릴 키우는

 네 죄를 생각한다

 하루를 뜯어내면 또 똑같은 하루가 자라는

 이 지긋지긋한 관계

 속이 하얘지도록 비워내고 싶어

 

 모두가 킬킬대는 영화관에서

 한잠 제대로 자고 나온 화창한 오후

 여전히 굉음을 내며 뒤를 바짝 따라오고 있는

 세상, 그 복판에 45구경 총구를 겨누고 싶을 때

 잔혹한 꽃을 피우고 싶어

 미칠 때

 한나절 한 시간 일 분 일 초

 나를 균등하게 토막 친

 네 죄 위에

 방울토마토처럼 얹힌 게 태양이라니

 

 

 

 시집『오, 작위 작위꽃』시산맥사 2013년

 

 

 

 - 1966년 전북 김제 출생.

   2008년<문학사상>으로 등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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