詩心의 향기/시詩(필사)

쓸쓸한 화석 / 이창기

폴래폴래 2013. 1. 24. 12:23

 

 

 

 

  사진:네이버포토

 

 

 

  쓸쓸한 화석

 

                                           - 이창기

 

 

 

 겨울비 내린 뒤

 언 땅 위에 새겨진

 어지러운 발자국

 발자국 위에 또 발자국

 뉘 집 창문 앞일까?

 

 결코 놓칠 수 없었던,

 끝까지 벗어나려고 발버둥쳤던,

 그러다 끝내

 서로에게 스미지 못하고 뒤엉켜버린

 순대 같은

 아니 식은 떡볶이 같은

 저 지독한 사랑의 흔적

 

 그 진창의 발자국 속에는

 아직 대답을 듣지 못한 말들이

 살얼음처럼 간략하게

 그러나 서로를,

 힘껏 당기고 있다

 밟아봐, 얼음 깨지는 소리, 경쾌하지?

 

 둘러봐라,

 내 생각엔

 이 근처 어딘가에 그들의 무덤이 있다

 

 

 

 시집『나라고 할 만한 것이 없다』문지 2005년

 

 

 

  - 1959년 서울 출생, 인천 성장. 서울예대 문창과,

    한국방통대 불문학과 졸업. 1984년<문예중앙>으로 등단.

    1989년<문학과 사회> 문학평론, 1997년<동서문학> 소설 발표.

    시집<꿈에도 별은 찬밥처럼><이생이 담 안을 엿보다> 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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