詩心의 향기/시詩(필사)

낙과 / 정와연

폴래폴래 2013. 1. 26. 13:17

 

 

 

 

 

  사진:네이버포토

 

 

 

   낙과

 

                                         - 정와연

 

 

 낙과를 파는 코너에 길게 줄서 있는 사람들

 낙과를 사기 위해 줄이라니

 마치 과일나무 밑을 두리번거리듯

 수풀을 헤치듯 서 있는 사람들

 옛말에 낙식은 공식이라 했는데

 어떤 마음이 저리 길어 파치 앞에 기다리고 있나

 모두 한번쯤 낙과였던 기억이 있다는 듯

 체온이 묻은 낙과를 손으로 받아보았다는 듯

 줄을 서있는 태풍의 끝,

 쓱쓱 닦을 준비가 되어있다는 듯

 한 사람이 한 봉지씩 들고 얼굴이 환하다

 낙과는 색이 변한 부위가 가장 물렁하다

 물렁한 부분은 빠른 속도로 변한다

 모두 자신의 물렁한 부분을 알고 있다는 듯

 한 번 더 물렁한 부분을 만져보겠다는 듯

 즐거운 배급,

 한 사람이 열 개라면 열사람이면 백 개

 위로하는 사람보다 위로 받는 사람이 그 倍數다

 붉어지다만 낙과들이

 그 어느 것보다 오늘은 上品이다

 한낮의 위로의 줄이 길다

 태풍의 긴 머리채가 휘감았던 나무 밑

 굴러 떨어져 멍이 든 것들

 아삭아삭 풋것 베어 무는 소리를 생각하면

 그맛,

 위로의 맛일 것이라는 것도 짐작하겠다

 

 

 

 『2013년 신춘문예 당선시집』

 

 

 

  - 전남 화순 출생. 숭의여대 문창과 졸업.

    2013년 부산일보, 영남일보 신춘문예 당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