詩心의 향기/시詩(필사)

극치 / 고영민

폴래폴래 2012. 12. 14. 11:35

 

 

 

 

 

 

 

            극치

 

                                               - 고영민

 

 

 

 개미가 흙을 물어와

 하루종일 둑방을 쌓는 것

 금낭화 핀 마당가에 비스듬히 서보는 것

 소가 제 자리의 띠풀을 모두 먹어

 길게 몇번을 우는 것

 작은 다락방에 쥐가 끓는 것

 늙은 소나무 밑에

 마른 솔잎이 층층 녹슨 머리핀처럼

 노랗게 쌓여 있는 것

 마당에 한 무리 잠자리떼가 몰려와

 어디에 앉지도 않고 빙빙 바지랑대 주위를 도는 것

 저녁 논물에 산이 들어와 앉는 것

 늙은 어머니가 묵정밭에서 돌을 골라내는 것

 어스름녘,

 고갯마루에 오토바이를 세워놓고

 우체부가 밭둑을 질러

 우리 집 쪽으로

 걸어오는 것

 

 

  시집『사슴공원에서』창비 2012년

 

 

 

  - 1968년 충남 서산 출생. 중앙대 문창과 졸업

    2002년<문학사상>으로 등단

    시집<악어><공손한 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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