詩心의 향기/시詩(필사)

내가 본 것 / 이병률

폴래폴래 2012. 11. 2. 12:54

 

 

 

 

 

 

 

 

 

 내가 본 것

 

                                         - 이병률

 

 

 

  눈에 뭔가 들어가 있다. 괜히 필요하지도 않은 눈물을 흘렸고 그것도 모자라 인공 눈물까지 샀다.

병원은 커다란 안경을 통해 내 눈동자를 들여다보았다.

 

  유리 조각이 박혀 있다고 했다.

 

  기다란 바늘이 눈으로 들어왔다. 손가락으로 두러움을 움켜쥐는 사이, 눈은 수면처럼 출렁한다.

빛난다고밖에는 말할 수 없는

 

  유리 조각이 바늘 끝에 끌려나오고 있었다.

 

  눈 내리는 하얀 밤을 잊을 뻔하였고 그 거리의 무성한 힘들의 기억을 잃을 뻔하여서 나는 말했다.

그 유리 조각을 저에게 주세요. 병원은 작은 병 속에

 

  유리 조각을 담아주었다.

 

  조각은 날카롭기보다 푸르렀다. 박히기는 좋으나 찌르기엔 부족한 조각은 턱으로 밝기를 받치고

있었다. 여태까지 본 모든 것을 기억하겠다는 것은 살아온 것보다 본 것이 더 단단하리란 것을 믿

기 때문일 것이나

 

  유리 조각은 내가 본 모든 것을 가지고 갔다.

 

  나는 불필요한 부위를 영원히 떼어내기라도 한 듯 모호하게나마 마음이 간절해졌다.

 

 

 

 

  시집『찬란』문지 2010년

 

 

 

 

  - 1967년 충북 제천 출생. 서울예대 문창과 졸업.

    1995년 한국일보 신춘문예 당선.

    시집<당신은 어딘가로 가려 한다><바람의 사생활>

    현대시학작품상 수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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