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 본 것
- 이병률
눈에 뭔가 들어가 있다. 괜히 필요하지도 않은 눈물을 흘렸고 그것도 모자라 인공 눈물까지 샀다.
병원은 커다란 안경을 통해 내 눈동자를 들여다보았다.
유리 조각이 박혀 있다고 했다.
기다란 바늘이 눈으로 들어왔다. 손가락으로 두러움을 움켜쥐는 사이, 눈은 수면처럼 출렁한다.
빛난다고밖에는 말할 수 없는
유리 조각이 바늘 끝에 끌려나오고 있었다.
눈 내리는 하얀 밤을 잊을 뻔하였고 그 거리의 무성한 힘들의 기억을 잃을 뻔하여서 나는 말했다.
그 유리 조각을 저에게 주세요. 병원은 작은 병 속에
유리 조각을 담아주었다.
조각은 날카롭기보다 푸르렀다. 박히기는 좋으나 찌르기엔 부족한 조각은 턱으로 밝기를 받치고
있었다. 여태까지 본 모든 것을 기억하겠다는 것은 살아온 것보다 본 것이 더 단단하리란 것을 믿
기 때문일 것이나
유리 조각은 내가 본 모든 것을 가지고 갔다.
나는 불필요한 부위를 영원히 떼어내기라도 한 듯 모호하게나마 마음이 간절해졌다.
시집『찬란』문지 2010년
- 1967년 충북 제천 출생. 서울예대 문창과 졸업.
1995년 한국일보 신춘문예 당선.
시집<당신은 어딘가로 가려 한다><바람의 사생활>
현대시학작품상 수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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