詩心의 향기/시詩(필사)

타만 네가라* / 김소연

폴래폴래 2012. 11. 5. 18:12

 

 

 

 

 

 

 

  타만 네가라*

 

                                            - 김소연

 

 

 

 지느러미 달고

바다 속을 떠돌아다니며

물고기들 손끝으로 만지다 놓아주던

여름이 있었고

 

아무 말 하지 않고

어떤 사람도 떠올리지 않은 채

한쪽 끝과 한쪽 끝에

가난한 집 한 채가 놓인 길 위를

 맨발로 걷기만 하던

여름이 있었고

 

소낙비를 맞아

뚝뚝 물이 떨어지는 옷을 입고

 맑은 하늘이 다 말려줄 때까지

 

강 건너는 물소를 쳐다보며 앉아 있던

여름이 있었고

 

젖은 나뭇잎들 끌어 모아

한 잔 찻물을 끓이기 위해

한나절을 불 지피던

여름이 있었다

 

10월도 여름이었고

11월도 여름이었고

12월도 여름이었으나

 

눈 뜨면 봄이었고

그늘 아래 가을이었고

꿈속은 겨울이었던

여름이었다

 

 

 * 타만 네가라Taman Negara : 말레이시아 중부 지방 밀림 지대.

 

 시집『눈물이라는 뼈』문지 2009년

 

 

 

  - 1967년 경북 경주 출생. 가톨릭대 국문과 동 대학원 졸업.

  1993년<현대시사상>으로 등단

시집<극에 달하다><빛들의 피곤이 밤을 끌어당긴다>

 

 

 

 

'詩心의 향기 > 시詩(필사)' 카테고리의 다른 글

견인 / 안현미  (0) 2012.11.06
[스크랩] 풀등- 김경성  (0) 2012.11.05
로컬 버스 / 김소연  (0) 2012.11.02
내가 본 것 / 이병률  (0) 2012.11.02
언제인가 어느 곳이나 / 하재연  (0) 2012.11.0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