추야일경秋夜一景
- 백석
닭이 두 홰나 울었는데
안방 큰방은 홰즛하니 당등을 하고
인간들은 모두 웅성웅성 깨여 있어서들
오가리며 석박디를 썰고
생강에 파에 청각에 마눌을 다지고
시래기를 삶는 훈훈한 방안에는
양염 내음새가 싱싱도 하다
밖에는 어데서 물새가 우는데
토방에선 햇콩두부가 고요히 숨이 들어갔다
삼천리문학 1집 (1938.1)
홰 새벽에 닭이 홰를 치면서 우눈 횟수를 세는 말.
홰즛하니 '호젓하니'의 어감이 들어 있는 말.
당등 '長燈'의 평안 방언. 밤새도록 등불을 켜두는 것.
인간 식구. 평안 지역에선 식구를 뜻할 때 '인간'이라는 말을 쓴다.
석박디 섞박지. 배추와 무, 오이를 절여 고명에 젓국을 쳐서 익힌 김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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