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를 매며
- 장석남
아무 소리도 없이 말도 없이
등뒤로 털썩
밧줄이 날아와 나는
뛰어가 밧줄을 잡아다 배를 맨다
아주 천천히 그리고 조용히
배는 멀리서부터 닿는다
사랑은,
호젓한 부둣가에 우연히,
별 그럴 일도 없으면서 넋놓고 앉았다가
배가 들어와
던져지는 밧줄을 받는 것
그래서 어찌할 수 없이 배를 매게 되는 것
잔잔한 바닷물 위에
구름과 빛과 시간과 함께
떠 있는 배
배를 매면 구름과 빛과 시간이 함께
매어진다는 것도 처음 알았다
사랑이란 그런 것을 처음 아는 것
빛 가운데 배는 울렁이며
온종일을 떠 있다
『서정시학』2012년 여름호. 특집, 김달진문학상. 시
- 1965년 인천 덕적도 출생. 인하대 대학원 국문과 박사과정 수료.
1987년 경향신문 신춘문예 당선
시집<새떼들에게로의 망명><지금은 간신히 아무도 그립지 않을 무렵>
<젖은 눈><왼쪽 가슴 아래께에 온 통증><미소는, 어디로 가시려는가> 등
김수영문학상, 현대문학상, 미당문학상, 김달진문학상 수상
한양여대 문창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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