詩心의 향기/시詩(필사)

참꽃 / 정영경

폴래폴래 2012. 4. 9. 10:44

 

 

 

 

 

 

 

 

  참꽃

 

                             - 정영경

 

 

 

참말로 참꽃이 피었다

 화들짝 타는 몸빛으로 산골짝을 들어올렸다

 

 밤새 발길 딛느라 버선코가 젖어 있다

 

 피아골 빨치산들이 쫓기면서

 갈퀴손 한 줌 움켜 입안에 쑤셔 넣었다던 그 꽃

 풀덤불 헤치는 소나무껍질 같은 아이들의 혀 속에도

 마구 쑤셔 넣었다던 그 꽃

 그 맛이 하도나 달짝지근해

 서로의 불거진 얼굴 맞보며 엉겁결에 녹아나던 웃음소리

 

 여직도 꽃의 속내를 쨍하니 불붙여 놓는다

 

 햇살이 속창까지 달궈진 그 아래

 머릿발 치켜든 산자락마다, 온통

 

 

 

 시집『쪽』시안 2011년

 

 

 

 

 

  -1969년 서울 출생. 2005년 <시안>으로 등단.

 

 

 

 

 

 

'詩心의 향기 > 시詩(필사)' 카테고리의 다른 글

백제시 - 칠지도 / 문효치  (0) 2012.04.13
바다란 이름 / 권애숙  (0) 2012.04.10
진달래 길 / 박형준  (0) 2012.04.08
목련 / 김영남  (0) 2012.04.07
울음꽃 / 김형술  (0) 2012.04.0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