참꽃
- 정영경
참말로 참꽃이 피었다
화들짝 타는 몸빛으로 산골짝을 들어올렸다
밤새 발길 딛느라 버선코가 젖어 있다
피아골 빨치산들이 쫓기면서
갈퀴손 한 줌 움켜 입안에 쑤셔 넣었다던 그 꽃
풀덤불 헤치는 소나무껍질 같은 아이들의 혀 속에도
마구 쑤셔 넣었다던 그 꽃
그 맛이 하도나 달짝지근해
서로의 불거진 얼굴 맞보며 엉겁결에 녹아나던 웃음소리
여직도 꽃의 속내를 쨍하니 불붙여 놓는다
햇살이 속창까지 달궈진 그 아래
머릿발 치켜든 산자락마다, 온통
시집『쪽』시안 2011년
-1969년 서울 출생. 2005년 <시안>으로 등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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