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네이버포토
자갈치의 달
- 권애숙
땅바닥에 내려앉아
철퍼덕, 엉덩이 뭉개고 앉은 달
손 내밀면 가슴까지 무너져
사람 소리를 한다
자갈치아지매 비릿한 전대 속
부새비늘과 뒹굴던 백동전처럼
막소주 꼼장어 구이에 얼큰해진 바다사내
깊은 울음에서 퍼올린 순정처럼
두리둥실
사람 닮은 바다와 바다 닮은 사람들 다 끌어안고
포장마차 속에서 지글지글 굽히는
간이 잘 된 자갈치의 달
봐라, 한 잔 칵 부뿌라
이리 권하고 저리 권하는 술잔 따라
쓸쓸한 내가 발라먹고 거나한 바다가 발라먹어도
비틀거리는 자갈치 발밑에 다시 떨어져
하, 하, 하 환하게 굴러가고 있다
自序
아득하다. 아득하다는 것은 참 설레는 말이다. 어디쯤에서 무엇을 만나게
될지 모르기에 더 흥분되는 말이다. 아리아드네의 실타래를 풀어놓고 어느
모퉁이에서 툭, 무언가 튀어나온다면 즐거이 한판 맞장이라도 뜨고 싶은 기
대감. 내 생의 골목은 늘 아득하고, 그래서 항상 생성하는 신화이다.
시집『맞장 뜨는 오후』문학의전당 2009년
- 경북 선산 출생. 계명대 대학원 문창과 졸업.
1994년 부산일보 신춘문예, 1995년 <현대시>로 등단.
시집<차가운 등뼈 하나로><카툰세상> 부산작가회의 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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