詩心의 향기/시詩(필사)

자갈치의 달 / 권애숙

폴래폴래 2011. 11. 10. 21:26

 

 

 사진:네이버포토

 

 

 

 자갈치의 달

 

                                 - 권애숙

 

 

 

 땅바닥에 내려앉아

 철퍼덕, 엉덩이 뭉개고 앉은 달

 손 내밀면 가슴까지 무너져

 사람 소리를 한다

 자갈치아지매 비릿한 전대 속

 부새비늘과 뒹굴던 백동전처럼

 막소주 꼼장어 구이에 얼큰해진 바다사내

 깊은 울음에서 퍼올린 순정처럼

 

 두리둥실

 사람 닮은 바다와 바다 닮은 사람들 다 끌어안고

 포장마차 속에서 지글지글 굽히는

 간이 잘 된 자갈치의 달

 

 봐라, 한 잔 칵 부뿌라

 

 이리 권하고 저리 권하는 술잔 따라

 쓸쓸한 내가 발라먹고 거나한 바다가 발라먹어도

 비틀거리는 자갈치 발밑에 다시 떨어져

 하, 하, 하 환하게 굴러가고 있다

 

 

 

 

 

 

 

  아득하다. 아득하다는 것은 참 설레는 말이다. 어디쯤에서 무엇을 만나게

될지 모르기에 더 흥분되는 말이다. 아리아드네의 실타래를 풀어놓고 어느

모퉁이에서 툭, 무언가 튀어나온다면 즐거이 한판 맞장이라도 뜨고 싶은 기

대감. 내 생의 골목은 늘 아득하고, 그래서 항상 생성하는 신화이다.

 

 

 

 시집『맞장 뜨는 오후』문학의전당 2009년

 

 

 

 - 경북 선산 출생. 계명대 대학원 문창과 졸업.

   1994년 부산일보 신춘문예, 1995년 <현대시>로 등단.

   시집<차가운 등뼈 하나로><카툰세상> 부산작가회의 회원.

 

 

 

 

 

'詩心의 향기 > 시詩(필사)' 카테고리의 다른 글

너가 오면 / 유희경  (0) 2011.11.15
면목동 / 유희경  (0) 2011.11.11
사과 / 송찬호  (0) 2011.11.07
파도 / 강은교  (0) 2011.11.05
빗방울의 幻 / 조윤희  (0) 2011.11.0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