詩心의 향기/시詩(필사)

사유반가상 / 김추인

폴래폴래 2011. 3. 13. 23:12

 

 

 

 

 

 

 사유반가상

 

                                - 김추인

 

 

 

 그대는 한 생애 나무였으리라

 꽃이었다가 바람이었으리라

 물이었다가 강이었다가 생육의 바다

 그대 깊푸른 바다는 파도이며 근육이며 산맥이며

 사랑, 그 무거운 벽이었으리라

 시간의 하수인인 몸이여

 우리 궁륭 같던 시간도 남마다 낡고 삭으면서

 삐걱이는 벽이 아니던가 벽 속의 꿈은 튼튼해서

 달아나라 달아나라

 한 장 빨래를 꿈꾸지 않았던가

 펄럭이는 자유이며 새이며 문이던

 거지 같은 내 사랑 부처님아 또 소쩍새 운다 내가 아픈 모양이다

 

 문 안도 문 밖도 없는 사유의 존체여

 나는 지금 네 몸에 주렁주렁 달린 상념의 나뭇잎들을 보고 있다

 

 

 

 

 시집『전갈의 땅』천년의 시작 2006

 

 

 

 

自序

 

나는 지금, 어느 전생의 기억을 들고 여기

서 있는 것일까

 

모래의 세상에 발이 지워진 채 달리는

 고집 센 당나귀이며 땀내 나는 당나귀인 나는

아직도 낯선 일상의 하루하루…

그럼에도 불구하고 내 등짐은 백합향 한 짐의

눈이 부신 착각이라니

그리하여 또 이 완벽한 뒤죽박죽을 싣고 갈 나는

밤배이며 구름 잡는 영혼이라 먼 데서 오는

헤헤대는 소리까지도 마저 싣고 싶어 하는

꿈꾸는 당나귀인 것이냐

 

 

 

 

 - 경남 함양 출생. 1986년『현대시학』등단

   시집<온몸을 흔들어 넋을 깨우고><나는 빨래예요><광화문 네거리는 안개주의보>

   <벽으로부터의 외출><모든 하루는 낯설다> 등.

 

 

 

 

 

'詩心의 향기 > 시詩(필사)' 카테고리의 다른 글

앵두가 뒹굴면 / 김영남  (0) 2011.03.14
세상 구경 / 최동호  (0) 2011.03.14
바위 / 김추인  (0) 2011.03.12
그림자도 반쪽이다 / 유안진  (0) 2011.03.11
오래 핀 것들 / 박송이  (0) 2011.03.1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