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유반가상
- 김추인
그대는 한 생애 나무였으리라
꽃이었다가 바람이었으리라
물이었다가 강이었다가 생육의 바다
그대 깊푸른 바다는 파도이며 근육이며 산맥이며
사랑, 그 무거운 벽이었으리라
시간의 하수인인 몸이여
우리 궁륭 같던 시간도 남마다 낡고 삭으면서
삐걱이는 벽이 아니던가 벽 속의 꿈은 튼튼해서
달아나라 달아나라
한 장 빨래를 꿈꾸지 않았던가
펄럭이는 자유이며 새이며 문이던
거지 같은 내 사랑 부처님아 또 소쩍새 운다 내가 아픈 모양이다
문 안도 문 밖도 없는 사유의 존체여
나는 지금 네 몸에 주렁주렁 달린 상념의 나뭇잎들을 보고 있다
시집『전갈의 땅』천년의 시작 2006
自序
나는 지금, 어느 전생의 기억을 들고 여기
서 있는 것일까
모래의 세상에 발이 지워진 채 달리는
고집 센 당나귀이며 땀내 나는 당나귀인 나는
아직도 낯선 일상의 하루하루…
그럼에도 불구하고 내 등짐은 백합향 한 짐의
눈이 부신 착각이라니
그리하여 또 이 완벽한 뒤죽박죽을 싣고 갈 나는
밤배이며 구름 잡는 영혼이라 먼 데서 오는
헤헤대는 소리까지도 마저 싣고 싶어 하는
꿈꾸는 당나귀인 것이냐
- 경남 함양 출생. 1986년『현대시학』등단
시집<온몸을 흔들어 넋을 깨우고><나는 빨래예요><광화문 네거리는 안개주의보>
<벽으로부터의 외출><모든 하루는 낯설다> 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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